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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채용·인력배치 로봇 혁명… “관리·설계직 더 뽑고 야근도 확 줄어”
2025.01.06

로봇은 이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봇 밀도(공장 직원 한 명당 로봇 수)가 가장 높은 국가인 만큼, 많은 기업들은 계속되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문제와 주 52시간 근무제의 한계를 로봇화(化)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로봇화 비율이 올라가면서 인력 채용 관행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단순 수작업보다는 기술 설계·관리·기획 분야의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로봇 대체가 가능한 기존 업무 담당자들을 다른 분야로 돌리기도 하고, 심지어 야근을 할 업무량도 로봇의 효율성으로 주간 근무시간에 대체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반면 자본력이 부족해 로봇화(化)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점 도태되는 그늘도 엄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은 “로봇화에 한번 뒤처지니 양극화의 간극을 따라잡기가 갈수록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래픽=양인성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제 한계, 로봇으로 넘는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생활 가전 전용문 제조업체인 뉴서광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화에 박차를 가한 경우다. 이곳 관계자는 “2019년에 최저임금이 8000원대로 오를 때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 도입을 했고 그 결과 전체 공정의 70%가량 로봇화를 이뤘다”면서 “인력을 새로 채용할 때도 단순 작업자보단 기술 설계 및 관리, 기획 부문에서 직원을 뽑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경북 칠곡에 있는 자동차 부품 가공 업체 화신정공은 2016년에 처음 산업용 로봇을 두 대 도입한 이후 현재 로봇 27대를 운용하는 곳이다. 전체 공정의 87%까지 로봇화를 이뤘다. 이 업체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오르자 로봇화를 서둘렀다고 했다. 김철우 화신정공 대표는 “우리 월평균 임금이 이젠 일본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인건비가 오르는 것을 보고 로봇 도입에 속도를 더 냈다”고 했다. 로봇화 덕에 인력 배치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기존 5명이 작업하던 부품 가공 공정에는 로봇 2대를 비치하고 사람은 두 명만 남겼다. 나머지 3명은 새로운 신규 라인에 배치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 수는 줄었지만 생산량은 더 늘었다. 3300여㎡(1000평)가량 공장을 증축했다. 2016년 135명이던 직원은 현재는 120명 정도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한계를 로봇 도입을 통해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한 도금업체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직원들에게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시킬 수 없게 되면서 로봇을 전체 공정에 투입시킬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로봇 한 대를 들여놓으면 직원 10명 몫을 하니 인력을 더 뽑지 않아도 생산량을 늘릴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로봇 도입과 신기술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로봇화에 뛰어든 우리 기업은 2524곳(2023년 기준)으로 2019년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이들 중 41%는 로봇 관련 연구소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전문서비스용 로봇(66.0%)’ ‘로봇임베디드(59.6%)’ ‘개인서비스용 로봇(49.4%)’에 비용을 투자하고 있었다.
 

◇로봇화 뒤처진 기업은 ‘운다’

반면 로봇화에 돈을 쓸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창원의 자동차 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하모(58)씨는 “로봇화를 위해 몇억원씩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게 영세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어느 정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곳이 먼저 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율이 낮을수록 로봇화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로봇화에 뒤처질수록 인건비에 허덕여 매출과 생산율을 올리기 쉽지 않고, 로봇 투자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작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경남 창원 산단을 중심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곳 중소제조업체의 40.7%는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정부, 지자체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경우는 25.9%, “투자 비용 대비 회수 기간이 길다”고 답한 경우는 20.4%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기술 도입률 격차도 아직 크다. 작년 중기중앙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로봇 및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기업이 신기술을 도입한 경우는 24.5%, 중소기업(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신기술 도입률은 12.1% 정도였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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